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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전통의 소리, ‘진돈야(チンドン屋)’를 아시나요?

by 소소한 일상 탐험가 2025. 5. 29.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광고 음악, 일본의 전통 거리 홍보 예술가 ‘진돈야’의 역사와 현재. 사라져가는 전통의 소리, ‘진돈야(チンドン屋)’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사라져가는 전통의 소리, ‘진돈야(チンドン屋)’를 아시나요?
사라져가는 전통의 소리, ‘진돈야(チンドン屋)’를 아시나요?

진돈야란 무엇인가? –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광고의 소리’


‘진돈야(チンドン屋)’는 일본의 전통적인 거리 광고 예술가입니다. 이들은 화려한 기모노나 전통 의상을 입고, 징(チン), 북(ドン), 그리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거리를 돌아다니며 상점, 식당, 이벤트 등을 홍보합니다. ‘진돈(チンドン)’이라는 말은 이들이 사용하는 악기 소리에서 유래된 의성어로, 징과 북 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리는 모습을 표현합니다.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에 등장한 이들은, 당시에 대중 광고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 거리에서 큰 인기를 끌며 상점 홍보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음악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유쾌한 말솜씨와 익살스러운 연출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광고 효과를 높였습니다. 일본 대중문화와 예술, 특히 연극과 만담 등의 전통 예능 요소를 접목한 그들의 퍼포먼스는 단순한 ‘광고’를 넘어서 하나의 거리 예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진돈야의 역사 – 번성기에서 쇠퇴기까지


진돈야는 메이지 시대(18681912)를 시작으로 다이쇼(大正) 시대, 쇼와(昭和) 초기에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192030년대에는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진돈야들이 활동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전문 예술가 집단으로 조직되어 체계적인 공연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주로 신장 개업, 세일 행사, 유곽의 홍보 등 다양한 형태의 거리 마케팅에 참여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광고 매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진돈야의 활동은 매우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었습니다. 이들은 거리에서 소리를 내며 행진하고, 때로는 노래나 유머를 곁들여 많은 이목을 끌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진돈야의 연주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하며 군중을 이루곤 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 등 매스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거리 광고의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도시화가 진행되며 거리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대한 민원이 늘어났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바뀌면서 진돈야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수천 명에 이르던 진돈야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습니다.

 

현재의 진돈야 – 명맥을 잇는 예술가들


오늘날 일본에서는 진돈야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오사카, 도쿄, 나고야 등 일부 도시에서는 여전히 몇몇 진돈야 집단이 전통을 계승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형 이벤트나 지역 축제, TV 프로그램 등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거나, 문화유산 보존 차원에서 교육 활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단체로는 ‘오사카 진돈야 연맹’과 같은 지역 단체들이 있으며, 젊은 세대의 예술가들이 이 문화를 배우고자 참여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일부 단체는 SNS를 통해 자신들의 공연 일정을 알리고, 유튜브 등에서 퍼포먼스를 공개하면서 현대적인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복고풍’ 문화의 재조명과 함께, 진돈야의 독특한 스타일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돈야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나 예술 전시가 열리고,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광고주나 지역 기업에서는 진돈야를 마케팅 전략의 일부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복합 퍼포먼스형 광고’로 발전시키려는 시도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옛 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창작과 융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진돈야는 단순한 거리 홍보인이 아니라, 일본 대중문화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예술가들입니다. 그들의 음악, 복장, 퍼포먼스에는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 그들의 모습은 드물지만, 여전히 일본의 거리 어딘가에서는 ‘진’, ‘돈’ 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진돈야의 존재는 우리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소리’와 ‘이야기’, 그리고 ‘사람의 손과 발로 전하는 온기’라는 것을요. 진돈야는 바로 그런 감성을 거리에서 실현해온 예술가였습니다.